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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 (2024년 1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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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unchu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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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은 개발 프로젝트를 궤도에 올리는 작업을 했지만 2024년초 "퀴팅"을 읽고난 후 더 있을 이유가 없어 회사를 그만 두었다(이유는 따로 정리했지만 다시 비공개로 돌렸다). 그리고 건축 도메인에서의 일은 모두 차단하자는 오래전 결심을 다시 다짐하게 되었다.
그리고 스타트업 혹한기에 새로운 법인 회사를 만들기로 하고 실행에 옮겼다. 아직도 아이디어 구상중이지만 언젠가는 성공시키리라... 하며 결심하고 있지만 아직 치열하게 마음을 먹고 있지는 않고 있다. 다른 회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배수진을 치지 못한 상황이 한심했지만 빠른 시일내에 뭔가 나올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준비는 하되 어딘가에서 큰 기어로 동작해야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올해 초중반은 퀴팅의 주제처럼 나를 더 탐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부분의 시간을 책을 읽고 아주 오랜 친구와 캠핑을 다녀왔다. 첫 오토캠핑이었는데 우리밖에 없어서 캠핑장을 독점하며 고기도 구워 먹고 오랜 친구와 오래된 이야기도 하며 캠핑에 취해버렸다. 아직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뇌가 쫄깃해 지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퀴팅을 모두 읽은 이후, 데이비드 이글먼의 Livewired (국내제목: 우리는 각자의 세계가 된다)를 읽었는데 생후배선이라는 내용이 너무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 우선 지난 몇년간 건강 서적(수년전 자가면역질환으로 고생한 덕에)에 많은 관심을 두고 그 도서간의 연결고리를 찾아서 그동안 나만의 건강 루틴을 만들게 되었다. 자가면역질환들을 거의 치료가 되었고 고대 유전자 그리고 미토콘트리아에서 부터 세포까지, 고대 DNA의 생존 법칙에서 내가 취해야 할 건강 패턴까지 연결되며 혈당관리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여기에 핵심은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는 욕망이 미래의 과학 발견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그때까지 유지하고 싶어서였다. 언제까지 내가 총명함을 유지할 수 있을까 궁금했고, 새로운 지식들을 계속 탐구하고 싶었다. 그리고 Livewired를 읽고나서 훨씬 나이가 들어서도 뇌가소성이 유효하다는 것을 알았다. 옛날 부터 '아빠는 머리가 굳어서 새로운 것을 배우기 힘들다'라는 말을 들어 왔었다. 나이가 들수록 수많은 정보량에서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한 방식으로 뇌를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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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량이 늘어나게 되어 전자책 리더기를 구매했다. 아마존에 쌓인 적립금으로 ONYX BOOX Tab Mini C 를 구매하게 되었다. 아이패드 미니 가격에 성능도 떨어지고 필기감도 떨어지는데 e-ink 하나 때문에 구매하게 되었다. 굳이 아이패드를 산다면 돈이 아까울 것 같지만 전자책 리더기 겸 패드는 활용도가 높을 것 같았다. 적어도 자기전에 멜라토닌을 억제하지 않으니...
그리고 폭풍 독서생활이 시작되었다. 류츠신의 삼체 3권을 모두 완독하고 이 우주관에서 빠져나오고 싶지 않아서 바오슈의 '시간의 구원(The Redemption of Time)'까지 번역해서 읽어버렸다. 하늘을 올려볼 때 마다 이 어마어마한 이야기들이 계속해서 떠오를 정도로 너무나도 좋은 소설이었고 바오슈의 시간의 구원은 그 이상이었다. 시간 날 때 한번 더 완독할 예정이며 조만간 블로그로 삼체 이야기를 풀어낼 일이 있을 것 같다.
그 이후 읽은 책들은 비문학들이었다. 완독한 책으로는 찰스 두히그의 '대화의 힘'을 비롯한 자기계발서. 그리고 Go Faster를 번역하고, 관찰가능성 엔지니어링을 읽었다. 그 이유는 OpenTelemetry를 기반으로 프로젝트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현재 모바일앱과 프론트엔드 Observability 관련하여 신규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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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정리하면서 로드 자전거가 3대나 있어서 한대를 방출해야했다. 나의 안좋은 습관은 물건에 대한 애착이 좀 심하여 들어오는 물건과 방출하는 물건이 비대칭이란 점이다. 방이 좁은데 뭔가 계속 채워나간다. 버릴 수 없는 것들은 당연히 신디사이저와 그외의 악기들, 턴테이블과 CDJ, 레코드들... 그 이외에는 좀 내보낼 수 있는 것들은 정리를 좀 해야한다. 그렇게 로드 한대를 방출했다. 로드 자전거를 타려면 준비하는 시간도 길고 사이클링 컴퓨터와 램프들의 충전등등 준비할게 많으니 잘 안타게 된다. 그리고 그 횟수가 더 줄어들어서 거의 반년을 안타게 되면서 나의 라이프스타일과 맞지 않다고 느꼈다. 운동을 해야하기 때문에 억지로 나가야하는 스트레스보다는 그냥 타고싶을 때 타고 싶었다. 그렇게 방출하고는 브롬톤을 데려왔다. S2R 마차그린
브롬톤은 처음에 친해지는데 좀 시간이 걸렸다. 접는 이녀석은 미니벨로이지만 로드 자전거의 맛이 있었다. 신기하지만 스트라이다를 타던 그 미니벨로의 맛은 아니었다. 강철 프레임의 느낌은 확실히 달랐다. 쫀득한 주행감이 좋았는데 어쨌던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리하여 적응하기 위해 자출을 결심했다. 1주일에 2일은 자출하자는 결심을...
그리고 자출을 위해 다시 사일클링 컴퓨터와 센서를 장착하고, 따우전드 헬멧(2.0 헤리티지 팬텀 플랙) 여러 시행착오 끝에 빈치타 프론트 캐리어백을 구매하고 정착하였다. 평페달로 왕복 25키로를 몇번 자출하고나니 체력적으로 힘겨웠다. 아이다스 벨로 삼바를 신고 탈 수 없을까 고민하여 퀵릴리즈가 되는 MTB클릿 페달을 찾아내었다. Wellgo QRD R120B (브롬톤에서 클릿 슈즈신고 탄다면 이 제품을 강력히 추천).
아디다스 벨로 삼바는 이 색상(사진)은 단종되었다. 너무 아끼는 색상이라 이제 잠시 보관에 들어가고, 파란색 비건 벨로 삼바를 추가하였다. 로드 탈때도 그랬지만 로드의 빕숏과 져지, 고글 그리고 클릿슈즈를 착장하여 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이유는 나는 그렇게 빠르게 달리는 선수도 아니고 그렇게 착장한 사람들 볼 때 뭔가 좀 흉칙했다. 또한 로드 클릿 신고 걸어다니는 모습도 흉칙했다. 그래서 평상복과 일반 운동화 같은데 사이클링에 특화된 것을 좋아한다. 사진처럼 벨로 삼바 클릿슈즈는 누가봐도 삼바 운동화로 보인다. 그리고 아디다스 사이클링 재킷(Adidas Trackstand Cycling Jacket)도 누가봐도 츄리닝 재킷이다. 고글은 플립딥의 Ta! 사이클링 고글 이지만 누가봐도 그냥 뿔테안경처럼 보인다. 그렇게 라이딩 스타일을 완성했다. 브롬톤에 추가 튜닝한 건 브룩스 안장, 리어랙을 달고, 이지휠을 교체했다. 벨로 삼바를 신고 브롬톤 타고 출발할 때 딸깍 거리는 장착소리는 기계식 키보드 타이핑 하는 것 처럼 중독성이 좀 있다. 신호 대기할때 페달을 들어 올릴 때도 발등으로 들어 올릴 필요가 없어서 너무 편하다. 로드 탈 땐 몰랐는데 장요근과 햄스트링으로 출력을 올리는데 브롬톤 클릿 조합이 훨씬 드라마틱하게 변한다. (그렇게 업힐하다 쥐나서 끌바한건 비밀)
요즘 기온이 9월부터 11월까지 따뜻해서 자주 탈 수 있었는데 급 추위가 오는 바람에 자출하는 횟수가 다시 줄고 있다. 그래서 하드쉘을 고어텍스 인피니움, 소프트쉘을 폴라텍 알파 조끼를 추가하였다. 그리고 바로 폭설이 오는 바람에 또 다시 미루고 있다. 날씨가 개면 영하 10도까지는 자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현관령을 잘 넘을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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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부터 단편선의 음반제작클래스 수업을 들었다. 강의 장소가 회사 근처에 있어서 저녁먹고 수업을 들으면 좋겠다 싶어서 수강했는데 매주 과제가 있고 앨범 제작에 진심인 클래스라서 아무래도 음반을 내야겠다 싶어 진지하게 음반 계획을 세웠다. 사람12사람 빗물구름태풍태양 발매일(2013.12.12)로부터 정확히 12년만인 2025년12월12일 발매이다. 데드라인은 정해졌으니 이제 준비해야한다. 큰 키워드는 정서를 전달하고 싶다는 것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예전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이것을 나중에 알아차리기 전에 현재 시점의 정서 그리고 생각과 관심사를 녹여내보자는 것이 목표이자 키워드가 되었다. 그리하여 첫 솔로 음반은 전송에 키워드를 두었고 청자로 하여금 자주 꺼내 들을 수 있게 만들고 싶었다. 그런 음반이 내가 좋아하는 음반이기도 하고...
나의 소리에 대한 감각이 생후배선에 의해 재편되기 전에 지속해서 앨범을 내려고 한다. 첫 앨범은 힘을 주겠고 바이닐로도 찍을 예정이지만 가볍게 내는 음반도 있을 것 같다. 주말에 다시 신스들을 livewiring 아니 wiring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