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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LE KOREA Dec.2010 MAKING FASHION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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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unchu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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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le runway report
MAKING FASHIONWEEK
패션쇼 속 숨은 주연과 조연 찾기
GET ON THE SHOW
음악이 흐르고 객석이 어두워진다. 런웨이를 따라 모델들이 걷는다. 그리고 피날레. 관객들의 환호 속에 등장하는 디자이너! 그런데 잠깐, 이토록 화려한 패션쇼라는 ‘종합 예술’ 뒤에는 어떤 주연과 조연들이 숨어 있을까?
- EDITOR : 김선민, 김지혜, 이경은, 백지연
- PHOTO : 안주영, 김정호
DESIGNER 지춘희
10주년을 맞은 서울 컬렉션의 대미를 장식한 디자이너 지춘희를 만났다. 10년간 서울 컬렉션의 성장 과정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 본 디자이너다. 피날레를 장식한 기분이 어떤가. 서울 컬렉션의 시작을 함께한 디자이너라 내가 장식하게 된 것 같다. 이번 쇼 자체가 흥겨운 축제 컨셉트다 보니 잘 어울렸던 것 같고. 경쾌한 여운이 남은 쇼였다. 영감의 대상이 궁금하다. 무료한 일상을 잊게 만드는 ‘반짝임’, 즉 빛에 대한 이야기다. 여자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신데렐라 같은 공주를 꿈꾸는 빛나는 욕망이 조금은 존재하잖아. 그런 즐거운 반짝임을 전하고 싶었다. 미스지 컬렉션을 볼 때면 늘 ‘공존’이란 단어가 생각난다. 남성성과 여성성, 부드러움과 강함의 공존. 지춘희의 ‘여자’는 어떤 존재인가? 여자로서의 선 그리고 여리고 나긋나긋한 섬세함은 갖고 있지만 자존심이 있는 그런 여성. 요즘 많은 사람들이 공격적인 애티튜드와 강한 룩이 프로페셔널하다고 착각하곤 한다. 나는 여자들만의 부드러움이 여자의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여성의 체형에 잘 맞는 테일러링 역시 미스지 컬렉션의 강점이다. 패턴사 오대경과 20년 넘게 호흡을 맞춰왔다. 영화와 비유하자면 내가 감독이고 그는 촬영감독이다. 자신을 어떤 디자이너라고 생각하나. 내가 어떤 디자이너라기보다 이 직업을 좋아하니까, ‘이 일을 할 수 있어서’ 좋다는 생각을 한다. 한 번도 후회해 본 적 없다. 계속 서울컬렉션에 참여할 건가? 한국 디자이너가 서울 컬렉션에 참여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MODEL 오현웅
최근 여덟 시즌 동안 꾸준히 서울 컬렉션 런웨이를 걷고 있는 90년 생 모델 오현웅을 백스테이지에서 만났다. 매번 쇼를 해도 긴장감은 여전한지. 오히려 긴장감을 즐기는 편이다. 긴장하지 않으면 뭔가 허전한 느낌일 들 정도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레주렉션 쇼에선 언제나 쿵쾅쿵쾅 라이브 연주가 등장하는데 워킹할 때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되진 않는지 궁금하다. 크게 울리는 음악 덕분에 워킹이 더 잘 되고 멋있어지는 것 같다. 리허설을 하는 동안 ‘이 템포에선 이렇게 걸어야지.’라는 생각을 하며 음악을 몸에 익히려 한다. 런웨이에서 들어와 다음 의상으로 갈아입을 때 빨리 갈아입는 노하우가 있다면? 헬퍼가 벗겨주고 입혀주기를 마냥 기다리기보단 직접 벗고 입으며 최대한 시간을 줄인다. 동시에 빠진 액세서리가 없는지 빨리 체크하고. 리허설 전이나 쇼 전에 늘 하는 버릇이 있다면? 계속 워킹 자세를 다듬는다. 연습이 잘되면 런웨이 위에서 '아! 잘하고 있구나. 그래 이거야!' 하는 걸 느낄 수 있지.
PHOTOGRAPHER 장진우
동그란 바가지머리에 클래식한 수트 차림으로 더 센토르(The Centaur) 쇼의 백스테이지를 동분서주하고 있던 ‘어린 실장님’ 장진우가 유난히 눈에 띄어 다가가 말을 걸었다. ≪더 센토르≫ 현장에서만 사진을 찍는다고? 그렇다. 나는 오늘 더 센토르의 하우스 포토그래퍼 자격으로 촬영을 왔다. 그렇다면 디자이너 예란지와는 어떤 사이? 한 동네에 사는 친한 사이. 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디자이너다. 컬렉션 현장에서 촬영하기에 가장 흥미로운 찰나는? 캣워크를 시작하기 직전의 모델 표정이 너무 재미있고 신비롭다. 오늘 카메라에 제일 많이 담을 내용은? 아무래도 이 쇼의 주인공인 디자이너의 희로애락이 되지 않을까? 오늘 찍는 사진은 주로 어디에 쓸 건가? 디자이너에게 보관용으로 선물할 거다.
PR ASSISTANT MANAGER 김누리
APR 에이전시 소속의 김누리. 그녀는 언제나 뛰어다녔다. 그것도 하이힐을 신고! 당신의 역할은? 쇼를 홍보하는 역할. 시간을 조정하고 프레스와 스타일리스트, 패션 피플, 셀러브리티 등 게스트를 초청한다. 가장 긴장되는 순간은? 쇼 시작 직전. 자리 배정은 꽤 민감한 부분이다. 자리는 늘 한정돼 있는 반면 초대받은 이들을 모두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가장 즐거운 순간은? 쇼 끝나고 “쇼 정말 좋았어!”라는 얘기를 들을 때. 리허설 때 옷을 미리 본 뒤 쇼를 보면 좀 김샐 것 같기도 한데. 오, 그렇지 않다(웃음). 모든 게 세팅되면, 봤던 옷도 다시 새롭게 느껴진다.
DJ 은천
네 시즌 동안 엠비오의 감성 넘치는 음악 믹싱을 담당해오고 있는 DJ 은천의 리허설 모습. 리허설에서 체크하는 것들? 주로 곡이 전환되고 감정의 흐름이 바뀌면서 상승하는 분위기에서 의상이 어떻게 바뀌는지 살핀다. 평소 DJ로 활동할 때와 컬렉션 음악을 믹싱하는 건 어떻게 다른가. 사실 클럽에서는 과격하고 좀 ‘센’ 스타일의 음악을 튼다. 엠비오 쇼는 감동적인 부분을 많이 살리려고 한다. 그럼 이번 시즌의 감정 포인트는? 중년 남자가 어린 여자를 만나러 가는 설렘이랄까.
TATOO ARTIST 노보
디 자이너 예란지가 지휘하는 더 센토르. 동분서주 뛰어다니는 디자이너 곁에서 발견된 한 낯선 남자. 타투이스트 노보가 모델의 피부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타투를 접목시킨 건 몸에 남는 ‘메시지’이자 프린트의 연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눈동자, 말 등 제가 좋아하던 문양들에 노보 씨의 생각을 녹여서 완성했죠.” 디자이너 예란지의 말처럼, 다양한 프린트를 선보였던 예란지 의상들 사이에서 노보의 작품은 또 하나의 의상이나 다름없었다.
MAKEUP ARTIST 고원혜
뷰티 숍 고원(高媛)의 고원혜 원장은 얼굴을 캔버스 삼아 작품을 만드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이번 서울 컬렉션에서 지춘희, 쟈뎅 드 슈에뜨, 두 쇼의 뷰티 스타일링을 책임졌다. 몇 번째 서울 컬렉션인가. 2000년부터 쭉 해왔다. 쇼의 헤어와 메이크업을 결정하는 과정이 궁금하다. 우선 디자이너와 컨셉트 미팅을 한다. 디자인 스케치를 놓고 의상과 쇼에 관련된 다양한 것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헤어와 메이크업에 대해서도 서로 생각을 내놓는다. 거기서 절충안을 뽑아 1차 결정을 한 다음, 이를 모델에게 샘플 작업해 디자이너에게 보여주는 것이 2차 과정. 지속적인 의논과 수정이 이뤄진다. 의견이 디자이너의 색깔과 충돌하는 경우도 있을 텐데. 디자이너 의견을 일단 따른다. 디자이너의 감성이 옷으로 표현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가 머릿속에 그린 헤어와 메이크업이 사실 가장 정확한 답이다. 내가 그것을 어떻게 뷰티적으로 풀어내느냐가 쇼 메이크업의 숙제다. 쇼 메이크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디자이너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것.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그 아이덴티티와 색깔을 잘 살리기 위해 고심하고 노력한다. 또 쇼는 현장감이 중요하다. 살아 움직이는 모델이 오브제가 되는 거니까.
EDITOR IN CHIEF 아사코 히다카
유난히 일본인 손님이 많았던 홍승완의 로리앳(Roliat) 컬렉션. 백스테이지에 들른 ≪멘즈 논노≫ 편집장, 아사코 히다카(Asako Hidaka)를 만났다. 서울 컬렉션은 처음인가? 서울이란 도시 자체가 처음이다. 방금 전에 끝난 로리앳 쇼는 어땠나? 클래식한 것을 바탕으로 한 몽환적인 느낌이 좋았다. 컬러와 소재 선택이 탁월하다고 느꼈다. 그가 만든 옷에는 어떤 힘이 있나? 손맛이 있다. 정성을 다한 옷에 감동하게 된다. 어떤 쇼를 봤나? 도착한 지 얼마 안 돼 홍승완 쇼 말고는 못봤다. 기회가 된다면 많이 보고 싶다.
ClEANING crew 이창희
쇼가 끝나기가 무섭게 빗자루를 들고 성큼성큼 쇼장으로 들어와 후다닥 청소를 마치시곤 사라지는 컬렉션장의 청소 도우미 이창희 씨와의 짧은 대화. 서울 패션위크 때 가장 많이 버리는 쓰레기는? 물이나 커피를 마시고 남은 종이컵이 대부분이다. 가장 힘든 점은? 보통 한 관당 두 명이 청소를 담당하는데 다음 쇼 준비에 맞춰서 전체를 다 청소해야 하니 시간에 쫓기기 일쑤다. 카펫에 끈적거리는 것이 묻어 있으면 빗질로도 충분히 제거되지 않아 많이 곤란하기도 하고. 쇼장에 오는 사람들에게 특별히 부탁하고 싶은건 없나? 그런 건 없고 빗자루말고 청소기가 있으면 정말 좋겠다!
STAGE ART DIRECTOR 김영철
‘정글 캠프’라는 테마로 경쾌한 쇼를 선보인 스티브 J & 요니 P의 생동감 넘친 무대 세트를 완성해준 건 무무 스튜디오 김영철 실장이다. 쇼 컨셉트를 위해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는지. 재밌는 효과를 주기 위해 바닥에 이끼를 깔고 여기저기 거미줄을 연출했지. 중간 중간 새 모양 패턴의 의상들과 잘 어우러졌다. 이끼 준비하는 게 힘들었을 것 같다. 말끔히 이끼를 깔았는데 관객들이 입장하며 밟고 지나가서 당황했다. 나중에 보니 오히려 약간 흐트러진 모습이 더욱 자연스러워 보이더라. 공간이 작아 무대 설치가 어렵진 않았나. 작아서 더 좋았다. 마당놀이 분위기의 런웨이 연출을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는데 이번이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HELPER 방신지
청강문화산업대 패션디자인과 학생인 그녀는 헬퍼 팀장으로 백스테이지 구석구석을 누비고 있었다. 헬퍼로 일하면 막상 쇼는 볼 수 없을 텐데? 아쉽긴 하지만 디자이너와 직접 소통하고 쇼피스들의 고급 원단도 직접 만져 보며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좋다. 다양한 패션 종사자들을 만날 수 있기도 하고. 여자로서 남자 모델들을 도와줄 때 불편한 점은 없나? 부끄러워 조심스러워하는 아이들도 있지. 모델이 마네킨이라고 생각하고 빨리빨리 꼼꼼히 챙겨주려고 노력한다. 힘들 때 짬짬이 쉬는 요령은? 일단 밥을 제대로 먹을 수 있는 시간이 없기 때문에 중간 중간 초콜릿으로 열량을 보충한다. 하지만 혹시라도 옷에 묻으면 안 되니까 젓가락으로 헬퍼들끼리 서로 초콜릿을 먹여 주기도 한다.
LIGHTING EXPERT 심한기
아트 전기의 무대조명 설치기사 심한기는 천장에 닿을 듯 무시무시하게 높은 곳에 올라가 쇼 네온 사인을 달고 있었다. 쇼 시작 바로 전까지 레주렉션 네온사인 테이핑에 여념이 없던 그를 쫓아갔다. 높은 곳에서 작업하면 무서울 것 같다. 늘상 해오던 것이니 전혀 무섭지 않다. 준비 기간이 빠듯해 쇼 시작 전에 빨리 끝내야겠다는 생각뿐이지. 쇼 전에 조명에 문제가 있어 걱정했던 적 있나? 한 번은 쇼 시작 전에 네온이 깨져 속을 썩인 적 있다. 네온은 전문가들만 만지고 고치는 데도 시간이 걸려서 까다로운 종류지. 하지만 그런 일은 드문 편이다. 오, 굉장히 완벽한가 본데. 그렇다. 나는 프로니까!
SECURITY GUARD 최승희
한올 흐트러짐 없이 빗어 넘긴 머리와 날카로운 눈초리. AI 시큐리티의 최승희에게 다가갔을 때 그녀는 의외로 천진한 웃음을 터뜨리며 물러섰다. 바쁘겠지만 잠깐 인터뷰해도 되나? 으악, 이런 거 쑥스러운데(웃음). 빠르게 몇 가지만 묻겠다. 당신의 역할은? 관객들의 입출입을 통제하고 안전을 책임진다. 연예인 경호도 맡고 있다. 언제 기쁘다고 느끼나? 행사가 원활하게 진행될 때. 즐겁게 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늘 원하던 일이었으니까(웃음).
MUSICIAN 김경인
은빛 가발을 쓴 한 여인이 조니 해이츠 재즈 컬렉션 런웨이에 설치된 드럼 앞에 앉는다. 밴드 피터팬 콤플렉스의 드러머 김경인이었다. 패션쇼에서의 연주는 처음인가? 처음이다. 어떤 계기로 최지형의 옷들 사이에 앉게 됐나? 그녀와 예전부터 함께 작업한 DJ 테요가 이번 쇼 음악을 맡았는데 그가 제안해서 함께하게 됐다. 해보니 어땠나? 어려운 점은 없었나?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다. 처음 해봐서 흥미로웠다. 멤버들 없이 혼자였고, 또 관객 반응도 평소 공연과 달랐을 텐데. 그런 면은 거의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주인공은 옷이니까. 디자이너가 내 옷과 가발을 준비해줬다. 그리곤 ‘네가 아닌 것처럼 해보라’고 하더라. 그래서 그냥 마음 편하게 했다. 이건 개인적으로 궁금한 질문. 다음 앨범은 도대체 언제 나오나? 내년 상반기에 나올 예정이다. 아, 그리고 12월 30일에 카운트다운 판타지라는 페스티벌에 참가한다!
CREATIVE DIRECTOR 박승건
2003 년 푸시 버튼을 시작한 후 7년 만에 첫 서울컬렉션 무대에 데뷔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승건이 특유의 발랄한 모습으로 쇼장에 등장했다. 오늘 첫 서울컬렉션 무대인데 많이 떨리겠다. 지금 기분은? 사실 이곳 쇼장에 도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많이 떨렸는데 솔직히 지금은 아~무 생각이 없다.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쇼에서 보여줄 옷의 순서를 정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매 시즌 방향과 컨셉트를 잡고, 옷을 만들어 소개하는 것은 늘 하던 일이지만 ‘쇼’라는 퍼포먼스를 통해 라이브로 옷을 보여주는 것이 처음이다 보니 순서를 짜는 일이 이렇게 힘들 줄은 생각도 못했다. 이번 쇼의 관전 포인트가 있다면? 지금까지는 푸시 버튼 하면 ‘투 머치 스타일링’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지금까지 보여준 적 없는 푸시 버튼 식의 미니멀을 보여주기로 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자 대중적인 접근을 생각했다.
SHOW DIRECTOR 김소연
미스지 컬렉션, 쟈뎅 드 슈에뜨 등 이번 시즌 많은 사람들이 몰렸던 쇼 뒤에는 언제나 그녀가 있었다. 16년 간 쇼 디렉터로 일해온 에스팀 대표 김소연이다. 컬렉션 때면 어김없이 마이크를 들고 큰소리를 내며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는데. 쇼는 NG가 난다고 다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모델과 스태프들에게 진행하는 쇼에 대한 긴장감을 줘야 하고 기억에 남게 해야 하다 보니 평소보다 목소리를 높이게 되지. 하지만 쇼 후엔 직원들과 농담을 주고받기도 한다. 리허설 동안 가장 꼼꼼이 체크하는것? 의상 컬러를 잘 표현해주는 조명을 선택하고 음악과 모델의 워킹이 조화를 이뤄 극적인 연출을 유도하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그 모든 부분을 확인한다. 지금 메고 있는 작은 가방 안에는 뭐가 들어 있나? 필기 도구, 스타일링 맵, 휴대전화, 테이프 등 피팅, 리허설, 본 쇼까지 언제든 필요할지 모르는 물건들이 들어 있다. 이번 시즌 시작 전에 하나 마련했다.
BLOGGER 채드 버튼
서울 패션위크 기간 동안 백스테이지에서 자주 발견된 훤칠한 젊은이, 채드 버튼(Chad Burton). 캐나다에서 왔다는 그는 여기서 대체 뭘하고 있는 걸까? 지금 뭐하고 있나? 전체적인 풍경과 모델들을 찍고 있다. 내 블로그 ww.thexoxokids.com에 올릴 거다. 잠깐만 주소 적힌 스티커 줄게. 서울컬렉션은 처음인가? 세 시즌째 오고 있다. 당신을 소개한다면? 블로거. 포토그래퍼, 모델이자 스타일리스트다. 아직 둘째 날이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본 쇼 중 어떤 것이 가장 좋았나? 한상혁의 엠비오! 테마가 분명하고 디테일 도 완벽에 가까웠다. 쇼를 보는 내내 미소지었다. 지난 시즌에도 좋았고, 이번에도 역시 좋다! 서울 패션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명동이나 홍대 등의 길거리에서 익살스러운(Playful) 룩을 많이 봤다.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CREATIVE DIRECTOR 홍승완
새로운 브랜드 로리앳(Roliat)을 들고 돌아온 디자이너 홍승완과 나눈 대화. 4년만의 서울 컬렉션이다. 돌아온 소감이 어떤가? 새롭고 서먹하고. 고향에 돌아온 느낌도 든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주로 해외 진출에 포커스를 두고 활동했다. 일본에서 브랜드를 론칭하기 위한 작업 때문이었다. 왜 일본이었나? 우선 일본에서 공부했던 경험 그리고 유리한 네트워크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 굉장히 좋은 남성복 시장이라고 판단했다. 일본의 여러 셀렉트 숍에 입점해 있는 것으로 안다. 어떤 점이 일본인들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영국적인 테일러링을 베이스로 하고 거기에 위트를 가미했다는 점. 이번 쇼에 대해 설명해달라. 가상의 섬 몽지벨로(Mongibello)를 주제로 했다.이전에 카프리 섬을 여행했을 때의 느낌을 구체화했다. 오렌지 밭과 아름다운 정원, 빛바랜 컬러 등을 사용했다. 한국에서도 홍승완 표 여성복을 만날 수 있나? 청담동 쇼룸에서 먼저 만날 수 있고 내년쯤 백화점에서도 들어갈 예정이다. 쇼장 한 켠의 프런트로에는 서상영, 김석원, 최범석 등의 디자이너들이 앉아 있었다. 평소 의리파인가? 부족한 형을 좋아해주는 착한 동생들이다(웃음).
STYLIST 김성일
로리앳의 백스테이지. 디자이너보다 더 바삐 움직이는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스타일리스트 김성일이었다. 이번 쇼에서 맡은 역할은? 전체적인 스타일링을 맡았다. 패션쇼에서 스타일리스트의 역할은 어디부터 어디까지인가? 기획 단계부터 함께하는 경우도 많은데 이번 쇼에서는 디자이너 홍승완이 기획을 마친 뒤에 합류했다. 그와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스타일을 완성했다. 디자이너와 스타일리스트는 각기 다른 시선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함께 일하면 시너지 효과가 생긴다. 디자이너와 다정해 보인다. 개인적인 친분이 있나? 친하다. 꽤 오래전부터. 그게 1994년이니까 오래됐지. 머리에 두른 스카프와 가슴의 꽃이 인상적이다. 이번 쇼의 스타일링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바닥을 걷는 플로 쇼라서 밋밋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스커트에 페티코트를 넣었다. 스카프와 손에 쥔 손수건, 안경등이 쇼의 컨셉트를 설명하는 소품들이다.
MODEL 강승현
‘효니’, 강승현. 미소가 사랑스러운 그녀를 미스지 컬렉션 백스테이지에서 만났다. 오랜만이다. 뉴욕 컬렉션에 설 때와는 또 다른 기분이겠다. 더 긴장된다. 뉴욕 컬렉션보다 경험이 적고, 매 시즌 서지 않으니까. 거기에다 일반 관객도 많고. 또 뉴욕에서는 하루에 네 개 쇼에 서는 일도 비일비재하지만 서울에선 그렇지 않으니까. 한 번 할 때 잘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은 마음이 커서 그렇다. 쇼를 앞두고 신경이 날카로워질 만도 한데 즐거워 보인다. 이번 미스지 컬렉션 분위기 자체가 밝아서 더 그렇게 느낀 걸 거다. 쇼 분위기에 따라 기분도 달라진다. 진지한 쇼인데 백스테이지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것도 이상하잖아. 이번 쇼는 축제 같은 분위기니까 나도 기분이 업된 것 같다. 캣워크에 나가기 전, 마인드 컨트롤 노하우가 있나. 기도를 꼭 하고 나간다. 또 버릇이 있는데 쇼 분위기나 디자이너가 원하는 무드에 맞춰 두 가지 정도의 단어를 정해 계속 되뇐다. 나가기 전부터 워킹하고 돌아오는 순간까지 곱씹으며 워킹하는 거다. 이번 쇼 같은 경우 ‘발랄하게’와 ‘기쁘다’로 정했다. 런웨이라는 곳이 멋진 모델들이랑 함께 오르는 곳인데 그 짧은 시간에 빛나려면 자신을 컨트롤해야지. 런웨이에서 빛나는 모델과 화보에서 빛나는 모델 중 어느 쪽이 더 욕심나나? 물론 둘 다. 한국 모델 중 비교적 일상이 많이 노출이 된 편이다 보니 파격적인 변신을 하지 않는 이상 사람들이 선입견을 가지고 화보를 보는 것 같아 속상할 때가 있다. 더 노력해야지. 모델이니까 둘 다 욕심이 나는 건 당연하지 않겠나?